히스기야의 생명연장과 므낫세의 탄생, 하나님의 뜻, 나의 뜻 (왕하 20장)

히스기야의 생명연장과 므낫세의 탄생, 하나님의 뜻, 나의 뜻 (왕하 20장)

히스기야의 병과 간절한 기도

열왕기하 20장에는 히스기야 왕이 죽을 병에 걸린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유다의 상황은 정치적으로도 불안했고, 히스기야 자신도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선지자 이사야는 그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너는 집을 정리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하리라.”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큰 충격은 없을 것입니다. 왕이 젊은 나이에 죽는다는 것은 개인의 삶의 끝일 뿐 아니라, 나라의 안정을 위협하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히스기야는 벽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하나님께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충성, 하나님 앞에서의 진실한 삶을 근거로 들어 간청했습니다. 하나님은 그 눈물을 보시고, 기도를 들으셨습니다. 그 결과 히스기야에게 15년의 생명을 더 연장해 주셨습니다.

연장된 생명 속에서 일어난 역사

이 사건은 인간적으로 보면 감격스러운 응답입니다. 죽을 병에서 살아났으니, 가족과 나라 모두에게 기쁨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바로 이 연장된 생명 가운데, 히스기야의 아들 므낫세가 태어났습니다.

문제는 이 므낫세가 유다 역사상 가장 악한 왕으로 기록된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성전 안에 우상을 세우고, 바알과 아세라 숭배를 부활시키며, 무죄한 피를 거리에 가득 흘리게 했습니다. 그의 죄악으로 인해 하나님의 진노가 임했고, 결국 남유다는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가는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만약 히스기야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자기 때가 되었을 때 생을 마쳤다면, 이 악한 왕은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역사의 무게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나의 뜻을 강요하는 기도의 위험

이 사건은 우리에게 깊은 도전을 줍니다. 우리는 종종 히스기야처럼 간절히 구하면 하나님께서 들어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눈물로, 금식으로, 간절히 매달리면 하나님께서 뜻을 바꾸실 거라 기대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반드시 복이 될까요?

히스기야의 예는 보여줍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억지로 구할 때, 오히려 더 큰 고통의 문을 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좋은 것 같지만, 하나님의 시선에서는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생각과 판단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도의 본질: 뜻을 맞추는 것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이 한마디가 기도의 본질입니다. 기도는 내 뜻을 하나님께 관철시키는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이 하나님의 뜻에 맞추어지는 시간입니다. 기도를 오래 하고 간절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기도가 하나님의 뜻에 일치하는가가 더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응답이 축복일 수도, 짐일 수도

하나님은 때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기도 하지만, 때로는 침묵하시거나 거절하시기도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냉정하시거나 우리의 간구를 무시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선한 길을 아시기에, 우리에게 필요 없는 것을 거절하시는 것입니다.

히스기야의 15년은 분명 응답이었지만, 그 안에서 태어난 므낫세는 비극을 불러왔습니다. 응답이 항상 축복은 아니며, 거절이 항상 불행은 아니라는 진리를 우리는 이 말씀에서 배웁니다.

우리의 기도를 점검하라

그렇다면 우리의 기도는 어떤가요?

• “하나님, 내 뜻을 이루어주세요”라고 구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 “하나님, 제가 원하는 길로 가게 해주세요”라는 고집으로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가요?

기도는 소원을 말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훈련의 시간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더 선하다는 믿음을 고백하는 자리입니다.

순종의 기도가 참된 길

히스기야의 기도는 우리에게 귀한 교훈을 줍니다.

• 간절한 기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 나의 뜻을 고집하는 기도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 참된 기도는 하나님의 뜻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오늘 우리의 기도는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눈물로 구하기 전에, 간절히 매달리기 전에, 먼저 이렇게 고백해야 합니다.
“주여,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이다.”

그때 우리의 기도는 비로소 안전하며, 참된 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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