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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 제사에 담긴 십자가의 복음

레위기의 제사-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피의 현장’

아래 내용은 이지웅 목사님의 레위기 강의를 보기 쉽게 글로 정리한 것입니다.
유튜브의 레위기 설교를 들으시려면 아래 링크에서 이동 가능합니다
.

레위기

유대인 교육에서 레위기의 위치

제가 한국에 오기 전, 영국에서 약 5년 동안 성경을 가르쳤습니다. 제가 가르친 곳은 국제학교였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유대인 학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학생들에게 성경에는 직접 언급되지 않는 유대 전통에 대해 자주 질문했습니다. 그때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도 경건한 유대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모세오경 전체를 암기시킨다.”

놀랍게도, 그들이 제일 먼저 암기시키는 책은 레위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출애굽기’나 ‘신명기’가 율법이 가장 많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613개의 율법 중 247개, 약 40%가 레위기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대 가정에서는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레위기를 암기합니다. 레위기는 단순히 율법이 많은 책이 아니라, 성경 전체의 기초와 기준이 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제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경도 놓친다

저희 학교에서도 레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경 강의를 맡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행적—예를 들어 왜 어떤 병자는 만지셔서 고치셨고, 어떤 병자는 말씀으로 고치셨는지, 왜 어떤 곳은 가셨고 어떤 곳은 가지 않으셨는지, 왜 특정 상황에서 저렇게 평가하셨는지—이 모든 기준이 레위기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년 ‘모세오경 주간’이 되면, 레위기 1장 1–9절에 기록된 방식 그대로 제사를 실습합니다. 실제로 양을 사서, 성경에 기록된 절차 그대로 제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번제의 여섯 단계

레위기 1장에 나오는 번제는 여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흠 없는 제물을 회막으로 가져옴
  2. 제물에 안수함
  3. 잡음
  4. 가죽을 벗김
  5. 각을 뜸 (몸을 마디마디 분리)
  6. 번제단에 올려 불살라 태움

이 과정을 저희 학교에서는 실제로 시행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잔혹하고 현실적입니다. 성경을 읽으며 우리가 낭만적으로 상상했던 장면과는 전혀 다릅니다.



1단계-흠 없는 제물을 회막으로 가져옴

“흠 없는 소나 양을 회막으로 가져오라”(레 1:3)

제물은 히브리어 메헤마(‘집에서 기른 짐승‘이란 뜻). 사냥·중간 구매 금지.
이스라엘에 회막은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예루살렘 근처에 사는 지파는 제물을 끌고 가는 데 30분~1시간이면 되었지만, 북쪽의 단 지파, 므낫세, 갓 지파 등은 제물을 회막까지 끌고 오기까지 몇 달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제물에 흠이 생기면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 첫 단계는 결코 ‘쉽게 가져오기’가 아니었습니다.



2단계 — 안수

“그가 번제물의 머리에 안수할지니 그리하면 열납되어 그를 위하여 속죄가 될 것이라”(레 1:4)

안수는 제사장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제물을 가져온 사람 자신이 합니다. 안수하면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그 죄를 제물에게 전가합니다.

이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생명에게 옮기는 진지한 행위였습니다.



3단계 – 잡음

이제 제물을 죽여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사장이 제물을 잡아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안수한 사람이 직접 잡습니다.

히브리어 원문과 미드라시, 미쉬나, 탈무드 문헌에 따르면, 도살은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칼을 어디에 찌르고, 어떻게 돌리고, 어떤 부위를 겨냥해야 하는지까지 나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그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레위기 본문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얼마나 끔찍한지, 여러분께 생생히 전하고 싶습니다.

▪ 심장을 찌르는 방식

심장은 즉사가 어렵습니다. 정확히 ‘우표 크기만 한 부위’를 맞혀야 즉사하는데, 보통 7~8번 찔러야 합니다. 그동안 짐승은 몸부림칩니다. 피가 분수처럼 튀고, 현장은 피로 범벅이 됩니다.

▪ 미간을 찍는 방식

정확히 찍으면 즉사하지만, 99.9%가 빗나가 눈을 찌르게 됩니다. 눈이 터지고 얼굴이 으그러집니다. 저는 실제로 이 방식은 너무 잔혹해서 한 번밖에 못 했습니다.

▪ 동맥을 자르는 방식

많은 사람들이 ‘동맥을 자르면 즉사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보통 17~25분이 걸립니다. 제물이 빨리 죽게 하기 위해서는 동맥을 모두 끊어줘야 하는데 거의 제물의 2/3가 도려내집니다. 너무나도 끔찍합니다.

“유목민들은 피를 몸 안에 남기지만, 레위기의 방식은 피를 완전히 흘려야 한다.”



4단계 — 가죽 벗기기

제물을 죽인 뒤에는 가죽을 벗겨야 합니다.
“가죽을 벗기고 각을 뜰지니라”(레 1:6)

이 과정 역시 제사장이 아닌 제물을 가져온 사람이 직접 합니다.
소와 양의 가죽은 쉽게 벗겨지지 않습니다. 전문가조차 완벽하게 벗기기 어렵고, 일반인은 손에 피와 지방이 묻은 채 머리를 쥐어뜯고 소리를 지르는 혼란스러운 현장이 벌어집니다.

학생들은 제사 시작 전에는 농담을 하다가도, 제사가 시작되면 누구도 웃지 않습니다.
그만큼 현장은 잔혹하고 무겁습니다.



5단계 – 각 뜨기 (마디 분리)

히브리어 원문에서 “각을 뜬다”는 것은 단순히 고기를 자른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마디를 분리한다는 의미입니다.

팔, 다리, 꼬리, 목 등을 도끼로 쳐서 뼈와 살, 척수를 분리해야 합니다. 영화처럼 단칼에 목이 잘리는 일은 없습니다. 전문 도살꾼도 세 번을 쳐야 완전히 목을 벨 수 있습니다.

피, 살점, 뼈 조각이 사방에 튀고, 제물은 산산이 조각납니다.



6단계 – 번제단에 올려 불살라 드림

마지막으로 조각난 제물을 번제단 위에 올려 불살라 드립니다. 이때 비로소 제사가 끝이 납니다.



구약 제사는 낭만이 아니라 ‘피와 고통’의 현장

우리는 흔히 구약의 제사를 경건하고 우아한 종교의식으로 상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피가 낭자하고, 소리가 울려 퍼지고, 생명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처참한 현장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제사장이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제물을 가져온 자신이 직접 해야 했습니다.



제사와 복음의 연결

레위기의 제사는 우리에게 ‘죄의 무게’를 직면하게 합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린 양으로 오셔서 그 제사를 완성하셨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합니다.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어린 양 같이 입을 열지 아니하셨다”(사 53:7)

양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동물입니다. 목에 칼이 들어오는 죽음 앞에서 마지막으로 눈을 들어 자기를 죽이는 사람을 한번 바라보며 죽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바로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떠올리게 합니다.



레위기 1:9를 어떻게 이해할까

레위기 1:9(개역개정)
“그 내장과 정강이를 물로 씻을 것이요 제사장은 그 전부를 단 위에 불살라 번제를 삼을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

1)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

레위기 1장 9절 끝 구절은 많은 분들이 멈칫하게 되는 표현이에요. 번제가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 라니요. 소나 양이 죽고, 가죽이 벗겨지고, 각이 떠져 불살라지는 장면 이후에 왜 “향기롭다” 고 하실까요?
여기서 곧장 떠오르는 질문이 있지요.

  • 하나님이 정말 이런 제사를 “좋아하시는” 분일까요?
  • 잔혹해 보이기도 한 제사를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말일까요?

성경은 이렇게도 말합니다.

에스겔 33:11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

한쪽에서는 ‘향기롭다’, 다른 쪽에서는 ‘죽음을 기뻐하지 않는다’—모순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향기롭다는 뜻일까요?



2) 제사와 도살의 결정적 차이: “안수(按手)-전가(轉嫁)”

설교의 핵심은 여기에 있어요. 제사(예배)와 도살(屠殺)의 차이를 가르는 한 단계가 ‘안수’ 입니다.

  • 안수의 의미: 죄를 전가(transfer)하는 행위예요. 제물을 끌고 온 본인이 직접 제물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자신의 죄를 고백합니다(레 1:4).
  • 결과: 그 순간부터 하나님의 눈에는 ‘짐승’이 아니라 ‘죄’가 죽어가는 사건이 시작돼요.
    • 죄의 심장이 찢어지고, 죄의 숨통이 끊어지고, 죄의 껍질이 벗겨지고, 죄가 불태워집니다.
    • 그래서 하나님이 “향기롭다”고 하시는 거예요. 짐승의 고기 냄새가 아니라 죄가 소멸되는 냄새하나님께 향기인 것입니다.

핵심 정리

  • 하나님은 동물의 죽음을 기뻐하시는 분이 아니에요.
  •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죄의 소멸, 진노의 해소, 죄인이 살아나는 구원의 길입니다.



3) 만약 제사가 없다면: 공의(公義)만으로 남는 결론

제사를 ‘잔혹하니 필요 없다’고 지워버리면, 남는 것은 공의의 원칙뿐이에요.

  • 원칙: 죄의 대가는 죄 지은 자가 받는 것이 정의이고 법입니다.
  • 그러면 하나님은 죄인(A)의 심장을 찢고, 동맥을 끊고, 껍질을 벗기고, 조각 내어 불사름으로 진노를 풀어야 해요.
  • 이것이 죄에 대한 공의의 집행입니다. 누구도 감당할 수 없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너를 못 죽이겠다”*고 선언하십니다. 그래서 전가의 길을 여셨어요.
“너의 죄를 제물에게 전가시켜라.”
죄가 전가되면, 그 죄 위에 쏟아질 진노도 함께 전가됩니다. 이것이 레위기의 제사 구조예요.



4) 안수는 ‘쌍방향 전가’다: 죄 → 제물 / 흠없음 → 사람

안수에는 양방향 전가가 일어납니다.

  1. 사람의 죄가 제물에게 전가되고,
  2. 제물의 흠없음이 사람에게 전가됩니다. (그래서 죄 관련 제사에는 반드시 흠 없는 제물이 요구돼요.)

이 원리는 신약에서 더 분명해져요. 바울은 갈라디아서와 로마서에서 이 도표를 그리스도에게 적용합니다.

  • 우리 죄 → 예수께 전가
  • 예수의 의로움(흠없음) → 우리에게 전가 (칭의)

고린도후서 5:21 요약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



5) “향기로운 냄새”는 복음 앞에서만 온전히 열린다

레위기의 번제가 *“향기롭다”*는 평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 십자가의 형벌은 채찍질부터 시작돼요. 긴 가죽채 끝에 달린 납추가 온몸을 휘감고 뜯어내며 살과 뼈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십자가에 오를 때 이미 반쯤 죽어 있어요.
  • 왜 이렇게까지 혹독한 진노가 쏟아졌을까요? 우리의 죄가 그분께 전가되었기 때문이에요. 전가된 죄 위에 마땅한 진노가 함께 쏟아졌습니다.

그러므로 *레위기 1:9의 ‘향기’*는, 죄가 타 없어지고 하나님의 진노가 만족(만족/속죄) 되는 그 순간의 언약적 언어예요.
그 향기는 짐승의 고기 냄새가 아니라, 죄가 더 이상 우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냄새입니다.



6) 오늘, 내 죄는 어디에 있는가: 전가의 적용

그럼 내 죄를 예수께 전가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 행위가 아니라 믿음입니다.
    “예수님, 저는 예수님만을 나의 구주로 믿습니다.”—이 믿음의 고백이 전가의 통로예요.
  • 그 순간 내 죄는 그분께, 그분의 의는 내게, *그분의 관계(아버지와 아들/딸의 관계)*가 내 신분이 됩니다(롬 8장, 엡 1장).


복음의 요약(더블 전가)

  • 나의 죄 → 예수께
  • 예수의 의 → 내게
    이것이 칭의이고, 이것이 복음입니다.



7) 경솔한 말에 대하여: “심판하시라 그래!”

가끔 “하나님, 심판하시라 그래. 난 두렵지 않아.”라는 말을 가볍게 내뱉는 이들이 있어요. 그러나 아무도 그 진노를 견딜 수 없습니다.
레위기의 제사는 바로 그 사실을 가르치기 위한 교사였고, 십자가는 그 교사가 가리킨 실체였습니다. 우리가 감당해야 할 진노예수께서 친히 감당하신 것이죠.



왜 ‘향기로운 냄새’인가

하나님은 동물 학대자가 아니십니다. 그분이 생명의 창조주세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죄의 제거, 진노의 해소, 죄인이 살아나는 구원입니다.
그래서 안수 이후(전가 이후)부터 보이는 모든 과정—피 흘림, 각 뜸, 불사름—은 “짐승의 죽음”이 아니라 “죄의 소멸”이에요.
그 소멸의 향기가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입니다. 그리고 그 절정이 십자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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