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外經)과 위경(僞經)이 성경에서 제외된 이유와 이야기 9

우리가 지금 읽는 성경은 66권입니다.
구약 39권, 신약 27권.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성경 말고도 다른 책이 있다던데, 왜 그건 빠졌을까?”
바로 외경(外經)이나 위경(僞經)이라 불리는 책들이죠.
이 글에서는 이 책들이 성경에서 왜 정경(正經, 공식 성경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구별되었는지를 차근히 살펴보겠습니다.
1. ‘외경’과 ‘위경’의 뜻은 다르다
먼저 이름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경(外經, Apocrypha)은 말 그대로 ‘성경 밖에 있는 책’이라는 뜻입니다.
즉, 내용은 종교적이지만 공식적으로 성경의 권위로 인정받지 못한 책입니다.
반면 위경(僞經, Pseudepigrapha)은 ‘거짓 이름으로 쓰인 책’이란 의미예요.
유명한 인물의 이름을 빌려서 마치 그가 쓴 것처럼 꾸며진 책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에녹서’, ‘모세의 승천기’, ‘베드로 복음’ 같은 것이 이에 해당됩니다.
정리하자면,
- 외경은 성경과 비슷하지만 공식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책,
- 위경은 거짓 저자를 내세워 쓴 종교 문서입니다.
2. 외경은 어떤 책들일까?
외경 중에는 구약 시대와 신약 시대 사이, 즉 신구약 중간기(약 400년의 침묵기)에 기록된 책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토비트서 (Tobit)
- 유딧서 (Judith)
- 마카비 상·하 (1, 2 Maccabees)
- 지혜서 (Wisdom of Solomon)
- 집회서 (Sirach or Ecclesiasticus)
- 바룩서 (Baruch)
이 책들은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읽히고 영향력을 끼쳤지만,
예언적 권위를 지닌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3. 유대교는 외경을 성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구약 성경은 유대 민족의 경전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유대교의 공식 성경 목록(히브리 성경, 즉 타나크)에는 외경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기원전 2세기 무렵, 유대인들은 이미 자신들의 성경 목록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세의 율법서’, ‘선지서’, ‘성문서’의 세 부분으로 구약을 나눴고,
이 범위를 벗어나는 책은 예언적 영감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예수님 시대의 유대인들도 외경을 성경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인용하신 구약의 구절들은 모두 히브리 성경 안의 책들에서만 나옵니다.
외경에서 인용하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4. 초대 교회도 신중했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의 성경(구약)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헬라어로 번역된 70인역 성경(Septuagint)에는 외경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헬라어 문화권 교회에서는 일시적으로 외경을 함께 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교부들(초기 신학자)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리겐, 예롬(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사람), 아타나시우스 같은 인물들은
“외경은 신앙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교리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결국 교회는 여러 세기를 거쳐 ‘하나님의 영감으로 쓰인 책’과 ‘사람의 신앙적 기록’을 구별하기 시작했습니다.
5. 외경이 완전히 제외된 계기 – 종교개혁
중세시대까지 가톨릭교회에서는 외경 일부를 여전히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마르틴 루터는 “성경의 기준은 히브리어 정경”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 결과, 개신교 성경에서는 외경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반면 가톨릭교회는 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Trent Council)에서 외경 중 일부를 공식 정경으로 포함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톨릭 성경(성경전서)에는 ‘제2경전’이라는 이름으로 외경이 실려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 토비트서
- 유딧서
- 마카비 상·하
- 지혜서
- 집회서
- 바룩서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 개신교: 외경 제외
- 가톨릭: 일부 외경 포함
- 정교회: 더 많은 외경 포함
이렇게 각 전통마다 정경의 범위가 조금씩 다릅니다.
6. 위경은 왜 더 확실히 제외되었나
위경은 외경보다 한층 더 문제적인 특징을 지녔습니다.
대부분 거짓 저자를 내세워 권위를 얻으려 한 책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 ‘에녹서’는 창세기의 인물 에녹이 하늘에서 본 비밀을 기록한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기원전 2세기경에 쓰였습니다.
- ‘모세의 승천기’나 ‘아브라함의 유언서’ 같은 책도 모두 비슷한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위경에는 정통 교리와 맞지 않는 내용이 자주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사 숭배, 환생 사상, 과장된 환상, 심지어 신성모독적인 서술까지도 발견됩니다.
초대 교회는 이런 책들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했고,
결국 “영감이 없는 인간의 상상이나 신비주의적 기록”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7. 성경이 정경으로 확정된 기준
초대 교회가 어떤 기준으로 성경을 정경으로 확정했는지는 명확합니다.
- 사도적 권위(Apostolic Authority) — 사도 혹은 사도와 직접 관련된 인물이 썼는가?
- 교리적 일관성(Doctrinal Consistency) — 다른 성경과 모순되지 않는가?
- 보편적 사용(Catholicity) — 초대 교회 공동체가 널리 읽고 인정했는가?
- 영적 영감(Divine Inspiration) — 성령의 감동 아래 쓰였는가?
외경과 위경은 이 기준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수 세기에 걸쳐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종교문서’를 분별해온 것입니다.
8. 외경이 주는 가치도 있다
성경에서 제외되었다고 해서, 외경이 모두 무가치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입니다.
예를 들어,
‘마카비서’를 통해 유대 민족이 헬라 제국의 억압 속에서 어떻게 신앙을 지켰는지 배울 수 있고,
‘집회서’에서는 유대 지혜문학의 깊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경은 정경과는 다르지만,
당시의 종교적 흐름과 신앙 환경을 이해하는 데 유익한 역사적 참고문헌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9. 제외된 이유는 ‘배제’가 아니라 ‘구분’이었다
외경과 위경이 성경에서 제외된 것은 단순히 “불신”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감이 깃든 책과 인간이 쓴 종교문헌을 분별하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초대 교회는 그 책들이 신앙적 가치는 가질 수 있지만,
“교리의 근거”로 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지금의 66권 — 구약 39권, 신약 27권.
이 목록은 수천 년의 검증과 논쟁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오늘 읽는 성경은,
단순히 누군가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공동체의 분별 속에서 걸러진 말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