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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묵상] 민수기 1장, 광야에서 세워진 군대

[한장묵상] 민수기 1장, 광야에서 세워진 군대

광야

광야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질서

『민수기』는 히브리어로 “광야에서(In the Wilderness)”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떠나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까지,
거의 40년에 이르는 그 긴 여정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훈련시키고, 다듬고, 새롭게 만들어 가셨습니다.

광야는 단순한 이동의 과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을 군대로 세우는 훈련의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민수기』는 ‘여정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군대가 형성되어 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광야의 훈련은 단지 이스라엘의 역사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교회 생활, 곧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가는 성도의 삶의 모형을 보여주는 예표입니다(사도행전 7:38).



민수기의 시작―계수함을 받는 백성

『민수기』의 첫 장은 백성의 수를 세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에서 나온 후 제이년 이월 일일에,
여호와께서 시내 광야 회막에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민 1:1-2)

하나님은 모세와 아론에게 이스라엘 자손의 수를 세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세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계수의 대상은 “이십 세 이상으로 싸움에 나갈만한 모든 남자”였습니다.
즉, 단순한 인구조사가 아니라 군사 조직 편성을 위한 계수였습니다.

이 말은 곧 이스라엘을 군대로 보셨다는 뜻입니다.
광야를 행진하는 그들은 유목민의 무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 아래 움직이는 거룩한 군대였습니다.



교회는 영적 전쟁을 치르는 군대

이 진리는 오늘날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교회는 단순히 예배를 드리고 교제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사탄의 세력과 싸우는 영적 전쟁터 위에 세워진 하나님의 군대입니다.

물론 교회 안에는 신앙이 아직 연약한 자도 있고,
막 교회에 들어온 새신자도 있으며,
때로는 시험에 든 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사명은 변하지 않습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사역을 맡은 자, 직분자, 지도자들은
자신이 영적 전쟁의 전선(前線)에 서 있는 군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예배의식이 익숙해졌다고 해서 전쟁의 긴장을 잃어버리면,
교회는 어느새 훈련 없는 평화주의 공동체로 변해버립니다.



하나님의 군대와 세상의 군대는 다르다

군대의 싸움은 깡패의 패싸움과 다릅니다.
세상에서의 싸움은 힘과 감정으로 움직이지만,
하나님의 군대는 질서와 복종, 그리고 희생으로 움직입니다.

세상의 군대는 국가의 명령 아래 움직이고,
각 부대는 하나의 전략을 따라 조화롭게 작전합니다.
각자가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면, 그 전쟁은 반드시 패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교회도 영적 질서 아래 움직여야 합니다.
교회는 개인의 생각과 감정으로 이끌리는 곳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주권자요, 예수 그리스도가 머리이신 군대입니다.
따라서 교회의 모든 사역은 성령의 전략 안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많은 신자들이 여전히 ‘하나님의 군사’라기보다는
‘나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는 사람’처럼 살아갑니다.
주의 일을 한다고 말하지만, 그 일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영광”이 아니라 “나의 만족”이 자리할 때가 많습니다.



천국 군사의 정체성

그러므로 이제 이렇게 고백해야 합니다.

“나는 교회의 지체다.”
“나는 천국 군대의 군사다.”

이 고백이 단순한 신앙표현이 아니라, 영적 정체성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예배자로 부르셨을 뿐 아니라,
전쟁의 일꾼, 나라의 군사로 부르셨습니다.

그렇다면 이 군대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나 자신이 아닙니다.
교회의 주인도 목회자나 직분자가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의 뜻과 명령이 최우선입니다.



광야에서 배우는 순종의 훈련

광야의 40년은 단순히 방황의 세월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 절대 복종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구름이 머물면 멈추고, 구름이 떠오르면 나아갔습니다.
하루가 걸릴지, 한 달이 걸릴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저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순종하며 걸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군대의 훈련이자 믿음의 훈련입니다.
광야의 훈련을 통해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한 사람, 한 사람 훈련시키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애굽의 노예에서 하나님의 군대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군대다

『민수기』의 첫 장은 이렇게 우리에게 선포합니다.

“교회는 영적 전쟁의 군대다.
나는 그 군대의 한 지체다.”

이 인식이 바로 신앙의 시작점입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이 군대로 세워졌듯,
오늘 우리의 교회도 그리스도의 군대로 세워져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유혹과 사탄의 공격 앞에서 승리하려면,
하나님께 질서 있게 복종하며,
자신을 하나님의 전략 안에 내어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이렇게 다짐해야 합니다.

“주님, 저는 교회의 지체이자,
당신 나라의 군사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제 뜻이 아니라, 주의 명령에 순종하며 살겠습니다.”



마무리 묵상

『민수기』는 단지 옛 이스라엘의 숫자를 기록한 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어떻게 세워지는가를 보여주는 거대한 설계도입니다.
우리 각자가 그 설계 안에서 제자리를 지킬 때,
교회는 온전한 하나님의 군대로 세워질 것입니다.

“너희는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병사로 함께 고난을 받으라.” (딤후 2:3)


요한복음 21:11, 153마리의 물고기-그 숫자에 담긴 깊은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