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한장묵상] 레위지파의 소명-민수기 3장

[한장묵상] 레위지파의 소명-민수기 3장

레위지파
레위지파의 소명

레위지파, 하나님의 일꾼으로 세워지다

민수기 1~2장은 이스라엘 12지파의 군사적 조직과 진영 배치에 대해 다룹니다. 그런데 3장에 들어서면, 이전에 언급되지 않았던 레위 지파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이 장은 먼저 아론과 그의 아들들, 즉 제사장 직분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는 하나님이 명하지 않은 불을 드리다가 즉시 심판을 받아 죽었습니다. 이후 제사장의 직무는 아론과 나머지 두 아들이 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 세 사람이 광대한 이스라엘 공동체를 위해 제사장의 모든 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레위지파를 그들의 조력자로 세우셨습니다.

“레위 지파로 나아와 제사장 아론 앞에 서서 그에게 시종하게 하라… 너는 레위인을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주라 그들은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아론에게 온전히 돌리운 자니라”
(민수기 3:5~9)

이 말씀은 단순한 인력 지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레위 지파는 하나님께 드려진 지파이지만, 동시에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돌리운 자’라고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일하실 때 반드시 사람을 세우고, 그 사람을 통해 역사하신다는 방식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세워 일하신다

“나는 하나님만 섬긴다. 사람은 안 섬긴다.”
겉보기에는 경건하게 들릴지 몰라도, 성경적으로는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만약 민수기 시대에 누군가가 “우리가 왜 아론 말을 들어야 해? 하나님 말씀만 들으면 되지!”라고 말했다면, 그는 곧바로 하나님의 명령을 거스르는 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레위지파는 하나님께 드려진 자들이지만, 현장에서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섬김으로써 하나님을 섬기는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감독자(목회자, 지도자)를 돕는 안수집사, 부목사, 전도사 등은 단순히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세우실 때, 마치 건물을 지을 때 기초를 먼저 놓는 것처럼 감독자를 터로 삼아 그 위에 교회를 세우십니다. 그 위에서 함께 세워지는 모든 일꾼들은 이 구조를 존중하며 섬겨야 합니다.



레위 지파는 ‘장자’를 대신한 하나님의 소유

하나님께서는 레위 지파가 단순한 조력자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음을 명확히 하셨습니다.

“보라 내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레위인을 택하여 이스라엘 자손 중 모든 첫 태에 처음 난 자를 대신케 하였은즉 레위인은 내 것이라”
(민수기 3:12)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애굽의 모든 장자를 치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장자들은 하나님의 보호로 살았습니다. 그날 이후 이스라엘의 모든 장자는 하나님께 생명을 빚진 자들이 되었고, 하나님의 소유로 구별되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가정의 장자를 하나님께 드려 제사장 일을 돕게 한다면, 각 집안은 가계를 이어갈 사람이 없어 큰 어려움에 처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레위지파를 ‘장자를 대신하는 지파’로 세우셨습니다. 이로써 모든 가정이 장자를 하나님께 드리는 대신, 레위 지파를 통해 하나님을 섬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레위인과 장자의 수-하나님은 숫자까지 정확히 하신다

민수기 3장을 보면, 당시 레위인의 수는 22,000명, 이스라엘의 장자는 22,273명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거의 일치하는 숫자입니다. 하지만 273명이 더 많았던 장자들에 대해서 하나님은 “그냥 넘어가자”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초과된 273명에 대해 한 사람당 5세겔의 속전(몸값)을 아론과 그 자손들에게 지불하게 하셨습니다(민 3:46~51).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은 대충이나 감정이 아니라, 질서와 정확함 위에 세워져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레위 지파는 ‘큰아들’과 같은 존재였다

레위지파는 이스라엘 전체에서 장자(큰아들)의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각 가정이 장자를 돌보듯, 백성들은 레위 지파의 생계를 책임지고 그들이 하나님께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중에 이를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레위인은 단순한 ‘특권층’이 아니라, 자기 집안의 큰아들을 대신하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레위인을 잘 섬긴 자를 레위인처럼 하나님을 잘 섬긴 자로 인정하셨습니다. 즉, 레위인을 섬기는 것은 곧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교회에 적용되는 레위 지파의 원리

신약의 성도들은 모두 주님의 피로 구속받은 자들입니다. 원래라면 우리의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려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전임 사역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 하나님은 레위지파처럼 헌신하는 일꾼들을 통해 교회를 세워가십니다. 그리고 나머지 성도들에게는 그들을 ‘자기 큰아들처럼’ 사랑하고 섬길 책임을 맡기십니다.

가정에서 큰아들은 가장 많은 사랑과 책임을 받습니다. 부모는 큰아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가장 먼저 돕습니다. 잘못을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보다 품고 지켜줍니다. 교회를 섬길 때도 이와 같은 ‘큰아들을 향한 마음’, 나아가 ‘모성적 마음’으로 교회를 품어야 합니다.



교회를 ‘모성으로’ 사랑하라

어머니는 자녀가 떨어져 있어도 항상 그들을 생각합니다. 먹을 것이 떨어졌을까, 생활은 괜찮은가…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반찬거리를 보내거나 돈을 부쳐주기도 합니다. 이것이 모성입니다.

교회를 사랑할 때도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교회의 헌신자들을 큰아들처럼 생각하고, 교회를 어머니의 마음으로 품는 자에게는 하나님께서 특별한 영감과 은혜를 부어주십니다.

레위 지파를 향한 이스라엘의 태도는 단순한 제도적 지원이 아니라 가족처럼, 큰아들을 대하듯 깊은 애정과 책임의 마음이었습니다. 오늘날 교회도 이 마음을 회복할 때, 건강한 공동체로 세워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정리.

민수기 3장은 단순히 레위 지파의 인구조사 기록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일을 어떻게 세우시고, 그 일에 백성이 어떻게 동참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영적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 하나님은 사람을 세워 일하신다.
  • 레위 지파는 장자를 대신한 하나님의 소유다.
  • 레위인을 섬기는 것은 곧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다.
  • 교회를 큰아들처럼,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랑하라.

이 원리를 깨닫는 성도는 교회를 단순한 조직이나 건물이 아닌 하나님의 집, 하나님의 일하심의 현장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기쁨으로 감당하게 됩니다.


[한장묵상] 민수기 2장, 이스라엘 군대의 전략에서 배우는 ‘교회의 하나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