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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묵상] 민수기 5장, 부정한 것을 진 밖으로 내어 보내라

민수기 5장: 거룩하신 하나님이 거하시는 진 안에서

부정


1) 진 안을 정결하게 하라는 하나님의 명령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 진을 치고 행군할 준비를 마쳤을 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새로운 명령을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하여 모든 문둥병 환자와 유출병이 있는 자와 주검으로 부정케 된 자를 다 진 밖으로 내어 보내되 무론 남녀하고 다 진 밖으로 내어 보내어 그들로 진을 더럽히게 말라 내가 그 진 가운데 거하느니라 하시매 이스라엘 자손이 그같이 행하여 그들을 진 밖으로 내어 보내었으니 곧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신 대로 이스라엘 자손이 행하였더라.” (민 5:1–4)

출애굽 이후, 하나님은 성막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을 조직하셨습니다. 열한 지파가 바깥을 둘러 진을 치고, 레위 지파가 성막을 둘러 백성과 성막 사이를 차단벽처럼 지켰습니다. 이는 거룩한 성막이 함부로 다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레위인조차 성막의 기구를 직접 만질 수 없었고, 아론의 아들들이 먼저 정해진 방식대로 싸개를 덮고 정돈한 후에야 운반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인간의 죄성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진 가운데 거하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임재가 단순한 장식처럼 머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진 가운데 거하니, 진 안에 부정한 것을 제거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이 떠나시겠다는 경고가 아니라, 이미 함께하시니 너희도 그에 합당한 거룩을 지키라는 뜻이었습니다.



2) 신약적 의미: 우리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의 영

구약의 진은 오늘날 우리의 영혼과 교회를 상징합니다. 원래 인간의 마음은 하나님의 거처가 될 수 없는 더러운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우리의 죄가 씻기고, 성령께서 우리 안에 거하심으로 하나님의 임재가 이뤄졌습니다.

“이제 너희 안에 부정한 것이 없게 하라.”
이는 “그래야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하겠다”는 조건이 아니라, 이미 함께하시니 너희 안에 남은 부정한 것들을 치워라는 요청입니다. 우리의 근본적인 죄 문제는 예수께서 이미 해결하셨지만, 여전히 삶 속에서 치워야 할 죄의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민수기 5장은 그 대표적인 세 부류를 말합니다.

  • 문둥병자
  • 유출병이 있는 자
  • 주검으로 부정하게 된 자

각각은 영적인 상태를 상징합니다.



3) 문둥병: 감각이 마비된 영혼

문둥병(나병)은 감각을 잃는 병입니다. 살이 썩어가고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는데도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뜨거운 솥을 잡아도 화상인지 모르고, 피가 나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상처가 깊어지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영적 마비 상태를 상징합니다. 사람의 영혼이 상하고 썩어가는데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세상의 즐거움에 빠져 “괜찮다”고 느끼는 상태입니다. 육체는 풍요롭고 웃고 있지만, 영혼은 피를 흘리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말씀을 통해 죄를 분별하지 못하고, 순종하지 않는 것을 가볍게 여기며, 양심의 가책이 사라진 상태, 이것이 영적 문둥병입니다.
이 병은 외부의 상처보다 내부의 무감각이 더 무섭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혼의 감각을 깨우는 빛입니다.
말씀을 멀리하면 영혼은 둔해지고, 결국 죄와 상처를 느끼지 못한 채 무감각하게 썩어 들어갑니다.



4) 유출병: 흘러나가는 생명

유출병은 피가 계속 흘러나가는 병입니다. 피는 곧 생명을 상징합니다. 이런 병에 걸리면 힘이 빠지고 삶의 기운이 사라집니다.

영적으로는 말씀을 듣고도 흡수하지 못하고 다 흘려버리는 상태입니다. 설교를 듣고 은혜를 받았다고 해도 곧 잊어버리고 삶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말씀은 그 사람 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흘러나갑니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말씀을 받는 귀는 있는데 마음의 밭이 닫혀 있으면 생명은 머물지 못합니다.
유출병자는 항상 피곤하고 힘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말씀은 듣지만 내면에 변화가 없고, 신앙생활은 계속하지만 생기가 없는 신앙이 이와 같습니다.



5) 주검으로 인한 부정: 죽은 자와 접촉하는 영혼

마지막은 주검(시체)으로 부정케 되는 자입니다. 구약에서는 시체를 만지면 일정 기간 진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신약에서 ‘죽은 자’는 귀신과 죄된 영적 세계를 상징합니다.

예수를 믿으면서도 점집에 가거나, 운명론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 “하나님, 제 인생의 직업은 태초부터 무엇으로 정해졌습니까?”
  • “나는 어차피 이 운명에서 못 벗어나.”

이런 생각은 이미 귀신의 논리에 젖은 것입니다. 또한 주일을 반복적으로 범하거나, 교회 공동체 생활을 가볍게 여기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죽은 자’를 접하는 행위입니다. 실제로 많은 귀신이 “주일을 어길 때 들어왔다”고 고백한다는 간증도 있죠.

하나님은 이미 우리 안에 거하시며,
우리가 이런 부정한 요소들을 몰아내길 원하십니다.

죄와 귀신의 영향을 그대로 두면 영적 감각은 점점 둔해지고, 죄가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처럼 굳어집니다. 그때부터는 말과 행동 속에서 죄가 습관처럼 흘러나오지만 본인은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이 마비의 완성입니다.



6) 진 안의 거룩을 지키라

하나님은 이미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 죄를 내버려 두면 영적 면역력이 약해져 귀신의 통로가 열리고, 죄가 삶을 지배하게 됩니다.

민수기 5장은 “부정한 것을 진 밖으로 내어 보내라”는 단순한 정결례가 아닙니다.
이는 곧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하니, 너희 삶 안에서도 거룩함을 지켜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 영적 무감각(문둥병)을 깨우라
  • 생명의 누수를 막아라(유출병)
  • 죽은 자와의 접촉을 끊어라(주검)

회개와 순종을 통해 이런 것들을 몰아낼 때, 성령께서 더욱 강하게 역사하시며, 우리의 영혼은 다시 민감하고 생명력 있는 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7) 맺음말

하나님의 임재는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분이 거하시는 자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입니다. 영적 문둥병처럼 둔감해져 있진 않은지, 말씀을 흘려보내고 있진 않은지, 죽은 자의 생각과 문화를 가까이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는 내가 그 진 가운데 거하기 때문이다.” (민 5:3)

하나님이 거하시는 진 안은 정결함으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이 말씀은 과거 광야에서만이 아니라, 오늘 우리 마음과 교회를 향한 현재형의 명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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