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새인,사두개인,에세네파,열심당의 배경과 특징, 성경 중간사와 신약시대의 종파들

구약과 신약 사이의 약 400년은 성경 본문에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유대인들의 신앙과 공동체가 크게 변해간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우리는 이를 성경 중간사라고 부릅니다. 페르시아 제국에서 시작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헬라 제국, 그 후계자 왕조들의 갈등, 그리고 로마의 지배로 이어지면서 유대 민족은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앙을 지키고자 한 방식은 다양했고, 그 결과 여러 종파들이 생겨났습니다. 신약성경 속에서 자주 만나는 바리새인, 사두개인, 에세네파, 열심당은 바로 이 시기의 산물입니다.
바리새인의 등장과 성격
율법 전통을 중시한 바리새인
헬라 문화가 유대 사회에 깊이 파고들던 기원전 2세기 무렵, 많은 유대인들이 이방 문화와 타협하거나 동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경건한 무리들은 율법을 철저히 지켜서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이들이 점차 조직화되며 바리새인이라는 집단이 되었는데, 그 이름은 “분리된 자들”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모세의 율법뿐 아니라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구전 전통까지도 하나님의 뜻으로 간주했습니다. 따라서 안식일 규례, 정결 규례 등에서 매우 세밀하고 엄격한 규칙을 따졌습니다.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 신망을 얻었고, 회당 중심의 신앙 활동을 주도했기 때문에 영향력이 컸습니다. 그러나 신약성경에서는 예수님으로부터 자주 책망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율법을 지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자기 의와 위선으로 포장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사두개인의 권력과 현실주의
제사장 귀족 중심의 사두개인
사두개인은 바리새인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주로 제사장 가문과 귀족 계층 출신이었으며, 성전과 관련된 권력과 부를 지키는 데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름은 다윗과 솔로몬 시대의 제사장 사독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모세오경만을 권위 있는 성경으로 인정했고, 나머지 성경이나 구전 전통에는 권위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부활, 천사, 영혼의 존재 같은 교리를 부정했습니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동시에 로마 제국과 협력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성전 중심의 권위를 지켰으나, 백성들 사이에서는 바리새인만큼 인기가 없었습니다. 신약성경에서는 사두개인과 바리새인이 서로 대립하면서도, 때로는 예수님을 대적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에세네파의 공동체적 삶
공동체적 금욕을 추구한 에세네파
유대 사회의 부패와 정치적 혼란을 피해 세상과 철저히 분리된 삶을 택한 집단이 에세네파입니다. 이들은 광야와 사막 지역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했습니다. 정결 예식을 엄격히 지켰고, 금욕적인 삶을 강조했으며,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독특한 형태를 띠었습니다.
쿰란 공동체가 대표적인 에세네파의 모습으로 알려져 있으며, 20세기에 발견된 사해사본은 바로 그들의 유산입니다. 이들은 성경 본문에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신약시대의 종교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예수님의 사역과는 직접 교차하지 않았지만,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서 ‘거룩함을 지키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열심당의 저항과 한계
민족적 저항을 강조한 열심당
마지막으로 열심당은 종교적 정체성과 민족 해방을 무력으로 성취하려 했던 집단입니다. 로마 제국의 지배와 과중한 세금에 격렬하게 저항하며, 하나님께서 주실 메시아 왕국이 현실의 정치적 독립과 동일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들은 무장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고,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시몬이 열심당원 출신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급진적인 저항은 결국 로마의 무력 진압을 불러왔고, 기원후 70년 예루살렘 성전 파괴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시대적 의미와 교훈
이 네 종파는 모두 같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했지만, 시대와 권력, 신앙에 대한 해석이 달랐습니다.
- 어떤 이들은 율법과 전통을 지나치게 강조했고,
- 어떤 이들은 권력과 현실적 이익을 좇았으며,
- 또 다른 이들은 세상과 단절하며 거룩을 추구하거나,
- 무력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앞당기려 했습니다.
이 배경을 알면, 왜 예수님의 메시지가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예수님은 어느 특정 종파의 길을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의 모순을 드러내며 새로운 길, 곧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